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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간판 개선사업 함부로 할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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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21-03-3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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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을 하면서 각 도시는 간판 일제 정비를 어김없이 실시한다. 무질서하게 난립했던 간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함으로써 쾌적한 도시환경을 만든다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다 보니 짧게는 수십 미터, 길게는 수백 미터에 이르는 상가의 간판이 천편일률적으로 비슷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누군가는 "마치 평양의 어느 거리를 걷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무분별하게 난립하는 간판을 정비하는 일은 도시 미관 개선에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어느 한 업자가, 아니면 자치단체에서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정해서 정비하는 경우는 도시의 생기를 잃게 만들고 몰개성적으로 퇴행하게 만든다. 각 상점마다 특성이 있고 그 개성에 맞게 아름다운 간판을 만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지방 도시에서 간판 개선사업을 했다고 자랑하는 곳을 찾아가 보면 어김없이 마치 40~50년 전의 획일화를 추구하던 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어 안타깝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간판이 가장 예술적으로 잘 정돈된 도시는 모차르트의 고향으로 알려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구시가지인 게트라이데 거리다. 모든 상점의 판매 품목에 걸맞은 모양의 간판을 아름답게 꾸며 자그마하게 상점 앞에 걸어뒀다. 신발을 파는 가게는 신발 모양으로, 초콜릿을 파는 가게는 초콜릿 모양으로 꾸몄다. 그리고 색감도 매우 아름답게 선택해 게트라이데 거리를 걷다 보면 간판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물론 게트라이데 거리의 간판이 세계 표준은 아니다. 동양의 거리는 또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다. 오사카의 도톤보리에 가면 간판의 크기에 압도된다. 온갖 형상의 간판을 건물 전면을 뒤덮을 기세로 크게 만들어 걸어뒀고 마치 살아 있는 동물처럼 역동적인 간판도 눈에 띈다.
    그리고 글씨도 붉은색과 검정색의 동양인이 가장 좋아하는 색깔 위주로 장식해 둬 한 눈에 동양의 대표적인 관광도시라는 점을 실감하게 만든다. 도톤보리에서는 계획적이거나 도식적인 간판 가이드라인은 찾아볼 수 없지만 무질서 속에서도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도심의 간판은 그 도시의 이미지를 가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형적이고 도식화된 간판을 만드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하지만 도시의 분위기와 상점의 개성을 드러나게 만드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각 지자체가 간판 개선사업을 할 때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전문가들에게 충분한 의견을 듣고 조잡하지 않도록 특별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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